플라네타리움의 전력이 끊겨 제2관을 운영합니다. 부탁해, 유메미.
Shooting Moon - 2nd 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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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메이션을 알게 된 것은 투니버스에서였다. 뭐, 자주 보진 못했지만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네임밸류에서부터랄까. 가끔 볼 수 있을 때는 보았던 편이다. 그리고 이 작가의 책도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보는 것이라 그런데 어쩐지 마플을 다룬 소설보다는 푸와로를 다룬 것이 더 재미있었던 것도 사실인데다가 도서관에 있는 책 수가 열악해서 내가 골라서 사보게 되었다.(그런데도 오리엔트 살인사건을 못 산 것은...) 그렇게 해서 고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충격적인 결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몇 년이 흘러, 지금은 기말고사 시험기간이다.
'하라는 뺐...아니... 시험공부는 안 하고!'라고 할 사람들이 몇몇 있을거라 생각한다. 근데 사실, 이번 시험과목인 '영미현대문학의 이해'과목의 지문들 중 난이도로서도, 재미로서도 절정이랄 수 있는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었다. 그 것은 'The Tuesday Night Club'이라는 지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작품이 있었는가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기사 좋아한다는 것도 푸와로쪽이 등장한 작품 중심인데다가, 전체적으로 생각해봐도(그마저도 황금가지 번역본만 생각해봐도) 40%도 채 못 읽었으니 오죽할까...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학교에서 소장중인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은 다 뒤져봤다. 일부 소실된 소설이 안타까웠지만(오리엔트 살인사건은 DB에는 있다면서 실제로는 왜 없는거냐!) 내가 찾던 그 지문이 있는 소설을 찾을 수 있었다. 영국에서 출간된 제목은 '열세가지 수수께끼'고, 미국에서는 '화요일 밤의 모임'으로 출간된 그 단편집의 첫 부분이었다.

솔직히 이 지문, 꽤 어렵다. 소설에서 따온거니 오죽할까 싶다... 그래서 지금 스프링노트에 삽질을 하고 있던 참에 그 애니메이션이 생각나서 클럽박스에서 그 애니메이션 전편을 보고 있는 것이다. 책과 함께 보는 애니메이션은 어떨려나 싶은 마음에서 말이다.

다시 본 애니메이션은, 뭐랄까, 은근히 왜곡이 되어 있는 듯 싶다. 책을 보지 않고 애니메이션만 볼 때에도 메이블의 존재와 이로 인해 생기는 푸와로와 마플의 연결성은 원래 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조금이라도 양쪽의 작품을 읽고 보는 애니메이션은 원작을 꽤 바꾼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나오는 작품의 성격들을 보면 '엄선된' 분위기가 강하다. 하기사, 다룰 수 있는 화수는 적은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선만 해도 꽤 많은 편이니 할 수 없었다고 하는 편이 옳겠지. 거기다가 이건 'NHK 애니메이션 극장'이다. 애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을 목적으로 만든다는 이야기. 우선 푸와로와 마플이 나오는 이야기로 한정지었으며(그래서 '빛이 있는 동안'이나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같은 것이 나오지 않음), 최대한 교훈적이고, 애매모호하며, 아이들 눈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는 꽤 자른 듯 하다.(아... 내가 애거서 최강의 작품으로 꼽는 애크로이드가 안 나와! 범인은... 범인은...........)

다시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내가 알아본 작품은 ABC 살인사건, 열세가지 수수께끼 중 두 편, 구름위의 죽음까지였는데, 예를 들어 두 번째 이야기의 경우는 '화요일 밤 모임'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추측하며, 그 중 가장 옳은 추측을 한 사람이 마플이었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므로 어떻게 전개가 되려나 했더니, 14화에 보면 메이블은 레이몬드 웨스트의 딸로 묘사되어 있는데(1화, 14화), 이 레이몬드 웨스트가 열세가지 수수께끼에 나오는 제인 마플의 조카인 것이다. 또 다른 열세가지 수수께끼의 등장인물 조이스 랑프리에르에게 청혼한다는 내용까지는 나와 있지만,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상상력을 조금 더 덧붙여 아이가 있었고, 탐정인 둘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나름대로 각색해서 하려다보니, 이야기도, 캐릭터의 생김새도 조금씩 다른 듯하다. 이 만화 그림체가 조금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푸아로와 마플은 소설에 묘사된 것보다도 푸근하게 생겼다. 메이블은... 뭐, 애초에 소설에 묘사가 있지 않은 캐릭터다보니, 제작하면서 알아서 생각을 했겠지. 어떻게 하면 더 어울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말이다.

역시나 나는 아직 좀 더 책을 읽어야겠구나 싶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이 것 참... 시험공부에 신경써야 하는데 내가 뭘 하는건지... 얼른 이 말도 안 되는 포스트는 끝내고, 공부나 해야지.

p.s. : 실제 소설을 읽으면서 분명히 '메이블'이라는 이름의 인물을 본 것 같았는데, 어디서 봤나 뒤져봤더니 이 역시 열세가지 수수께끼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성 베드로의 엄지손가락'을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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